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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NST환불사태..10년간 급여 미루다 의사덤터기

coverstory NST환불사태..10년간 급여 미루다 의사덤터기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9.05.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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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검사안한다고 죄묻고 복지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Cover Story

▲ 한 산모가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산부인과에서 NST검사를 받고있다. 김선경 기자 photo@kma.org
산부인과 의사들이 태아 비자극검사(Non-Stress Test, NST)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의학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진료했더니 환자에게 부당하게 진료비를 청구했다는 덤터기가 씌워졌다.

지난 3월 15일 정부가 NST에 대한 보험 적용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어려운 산부인과 개원가에 숨통이 좀 트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 급여화 결정이 되레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산모들이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급여 고시 이전 시행한 NST에 대해 임의비급여로 진료비를 받은 금액을 환불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의료계는 이와 관련, 정부가 제도 흠결을 방치한 채 10년씩이나 논의를 질질 끌지 않았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탄하고 있다.

현재 산모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기한은 NST 급여 결정 이전 5년까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증명서류로 첨부하는 영수증을 의료기관들이 5년간 보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료계가 정부에 NST 급여화를 건의한 게 1999년이고, 정부 당국도 이미 6년 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앙심사평가조정위원회에서 NST에 대한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고 결정한 게 지난 2003년 11월 24일이다.

급여 결정 이전에 NST를 시행하고 진료비를 받은 게 합법이 아니라는 사실은 산부인과 개원가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NST로 부당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상은 우리나라 '모든' 산부인과 의사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아직도 잘못한 게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의료법(제4조)은 의료인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실제 분만 관련 의료소송에서 법원은 NST 실시 여부를 기준으로 의사의 주의의무 및 경과 관찰의무 위반을 따진다.

산부인과 의사 입장에서는 정부 고시대로 NST를 하지 않았다간 의료분쟁에서 지게 돼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최선의 진료를 이행할 의사의 진료의무와 고시 기준에 따라야 하는 의무가 충돌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게 김선욱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의 설명이다

NST 급여 논의 정부기관들 '핑퐁게임'

NST 급여화 논의는 정부 내 여러 기관들을 표류하며 10년간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의료계가 처음으로 NST 급여화를 건의한 건 1999년. 구체적 논의가 나온 건 2003년 11월 24일에 이르러서다. 이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중앙심사평가조정위원회를 열고 "NST가 산전진찰상 태아 이상 등이 의심되어 진료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 실시했다면 이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경우 비용을 산정할 수 있는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2004년 7월 28일 심평원 제7차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는 "분만과 연계되지는 않으나 진료상 태아감시가 필요한 경우 태아감시방법별 수가 신설이 필요하나 소요 재정을 감안해 정책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며 심평원 내 급여범위 확대와 관련된 사안을 다루는 상대가치기획단으로 넘겼다.

2007년 6월 14일 심평원은 보건복지가족부에 NST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고 보고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그러자 2008년 10월 13일 산부인과의사회가 다시 복지부에 이를 건의했고 마침내 복지부가 심평원에 직권조정검토를 요청한 결과 마침내 올해 3월 15일 임신 28주 이후 한번만 급여로 인정하고 2회부터는 전액 환자 본인부담을 하는 정부 고시가 나왔다.

법원 "NST 안하면 의사 과실" vs 정부 "예산 없어서…"

"산부인과 의료소송에서 재판부는 태아 비자극검사(NST)를 시행했는지 여부를 핵심적인 증거자료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도 산전 필수검사인 NST를 의사에게 요구하는데 마치 해서는 안 될 의료행위를 한 것처럼 정부가 환급을 강요해선 안 됩니다."

▲ 17일 열린 산부인과의사회 'NST 환급불가 회원 궐기대회'에서 한 회원이 불합리한 제도개선 촉구 연명서에 서명하고 있다. 김선경 기자 photo@kma.org

최근 불거진 산모들의 NST 환급 요구에 대해 고광덕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분만과 관련한 의료소송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전문심리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는데, 태아가 산모 뱃속에서 사망한 경우 NST를 안 했다면  의사의 책임이라는 진술을 한다"며 "재판부도 NST를 했느냐에 따라 판결을 달리할 만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17일 63시티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겸해 'NST 환급 불가 회원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고광덕 회장은 "보건복지가족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계속 해결책을 논의 중"이라며 "가능하면 회원들이 피해를 적게 입도록 모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NST 문제는 산부인과 의사 전체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백혈병 임의비급여 사건보다 파장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산전진찰 항목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급여 또는 비급여로 정해야 하는데 정부로선 NST가 필수 검사다 보니 비급여로 하기는 부담스러웠던 것이죠. 급여로 하자니 예산의 벽에 걸리구요. 일찍부터 산부인과의사회는 이 문제를 지적했으나 정부는 1999년께부터 올해 3월까지 '심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다섯 차례나 미뤄버렸지요."

▲ 고광덕 산부인과의사회장.

미국이나 일본 등 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급여냐 비급여냐의 차이만 있을 뿐 NST를 필수 의료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답답한 건 '모르쇠'로 일관하는 복지부와 심평원의 태도. 제도 미비로 발생한 문제가 환자와 의사 간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다. 현재 심평원은 환수에 앞장서기 보다는 복지부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

"관련 판례를 알아본 결과 유사 사례 중 일부 승소한 경우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영업정지를 면하긴 했지만 환수는 당했지요. 행정소송은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습니다. 민원 절차상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영수증을 받아 심평원에 제출한 뒤 요양기관의 확인 과정을 거쳐 환급을 인정할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할 진료비를 삭감하게 되는데 여기까지 총 2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리고 이 진료비 삭감 행정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고 회장은 "산모 카페에 올라온 글의 내용을 확인해보니 심평원에 근무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을 법한 전문용어가 많았고, 환급 받아 반찬값이라도 벌어보자는 부분이 있어 씁쓸했다"며 "그러나 일부 산모들은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검사이므로 환급 요구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보여 힘도 났다"고 말했다.

이번 환불 요구 사태는 정보화 시대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산모카페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부정확한 정보 때문에 산모들 가운데는 정부 예산으로 환급을 해주는 것으로 오해해 신청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태아 비자극검사(NST)란=태아의 움직임과 관련된 심박동 변화를 알아보는 필수 산전 검사. 흔히 '태아 안전검사'라고도 한다. 고위험 임신은 물론 정상 임신에서도 임신 후반기 태아의 안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태아건강 상태 평가 방법으로 1970년대부터 산부인과학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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