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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 중지' 의료인 지침 발표

'연명치료 중지' 의료인 지침 발표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9.09.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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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 목적·원칙·대상 환자·종류·절차 등 담아
15일 의·변협 세미나서 공개…의협·병협·의학회 참여

▲ 대한변호사협회·대한의사협회 공동으로 5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연명치료 중지 관련 입법 가이드라인 제시'에 관한 공청회.ⓒ의협신문 김선경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의료행위의 범위와 기준을 담은 의료인용 지침이 발표됐다.

이윤성 '연명치료중지에관한지침제정특별위원회(연명치료중지TF)' 위원장은 15일 오후 1시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대한변호사협회·대한의사협회 공동 세미나에서 5월부터 의협·병협·대한의학회가 공동으로 참여해 만든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안)'을 공개했다.

이윤성 위원장은 "이 지침을 제정한 목적은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품위 있는 삶을 위해 연명치료를 적용하거나 중지할 상황에 있는 의료인에게 행위의 범위와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연명치료 중지를 결정하는 원칙으로 ▲환자 본인의 결정과 의사의 의학적 판단 ▲상병에 대한 적절한 정보와 설명 ▲환자 및 가족에게 연명치료 적용 여부·범위·의료 내용의 변경 등에 대한 설명 및 협의 ▲연명치료에 관한 의학적 판단 때 반드시 다른 전문의사 또는 병원윤리위원회 자문 ▲통증·불편 증상에 대한 완화치료와 환자·가족의 정신적·사회경제적인 도움을 포함한 종합적인 의료 실시 및 완화의료 권유 ▲의도적으로 생명을 단축하거나 환자의 자살을 돕는 행위 금지 등 5대 원칙을 제시했다.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에는 연명치료를 적용해야 하는 대상은 2명 이상의 의사가 판단한 회복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말기 암·말기 후천성면역결핍증·만성 질환의 말기 상태·뇌사 상태·임종 환자) 또는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로 규정했다. 말기환자는 원인 상병이 중증이고 회복할 수 없으며, 수 개월 이내에 죽음을 예측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환자이며, 지속적 식물상태(persistent vegetative state, PVS)는 심한 뇌 손상으로 지각 능력을 완전히 소실해 외부 자극에 대하여 의미 있는 반응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로 정리했다.

이 지침에서는 연명치료 적용 또는 중지에 관한 절차도 규정했다. 연명치료 결정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환자의 상태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기초로 1단계인 임종 환자(뇌사 환자 포함)의 경우 의학적 판단과 가족의 동의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지할 수 있도록 했다. 뇌사이거나 뇌사에 준하는 환자도 의학적 판단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2단계인 의사결정 능력이 없거나 특수 연명치료(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적용·혈액투석·수혈·장기이식·항암제 투여·고단위 항생제 투여 등 생명유지에 필수적이며, 고도의 전문적인 의학지식과 의료기술·특수한 장치가 필요한 치료)를 적용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상태인 경우에는 환자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의사 표시를 따르거나, 포괄적이거나 추정적인 의사 표시를 존중하도록 했다.

환자의 의사 표시가 없는 경우에는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과 환자의 추정적 의사 또는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 병원윤리위원회에서 특수 연명치료의 중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병원윤리위는 담당의사 이외에 2명 이상의 전문의사가 환자의 의학적 상태를 판단하도록 했으며, 환자의 추정적 의사는 포괄적인 사전의료지시, 환자의 나이나 직업이나 경력, 평소의 종교·신념이나 생활 태도 등을 고려하도록 정리했다.

아울러 병원윤리위는 가족들의 동의, 이미 지출했거나 앞으로 지출할 비용, 환자로 인한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 가족들의 경제적 지출을 포함한 생활에서 입을 희생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윤리위는 연명치료 중지 여부 뿐 아니라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轉院) 여부도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존엄사법안을 대표발의한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지정토론을 통해 "존엄사법안을 발의한 이유는 변화된 우리 사회의 실정과 인식을 반영하고, 말기환자에 대한 인권의 차원에서 존엄한 죽음과 관련된 말기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지침의 상당 부분이 존엄사법안의 취지와 일치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신의 김연희 변호사(의성법률사무소)는 "지침의 적용으로 인한 결과에 대해 의료진이 완전히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환자의 추정적 의사와 그 의사를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절차들에 대해 가족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작성해 보관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석배 단국대 교수(법학과)는 "지침의 큰 틀에는 동의하지만 인공영양공급이 환자의 의사에 반한다면 심폐소생술과 마찬가지로 연명치료중단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명치료행위를 인공적인 영양공급 중지까지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토론회를 통해 진료 현장에서 수용할 수 있고, 법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주력해 온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은 "연명장치의 발전으로 말기와 임종환자의 생존기간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기간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지속적 식물상태의 경우에도 다양한 의학적 상황을 내포하고 있는만큼 명확히 규정할 것이 아니라 일본처럼 명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허 원장은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기 보다는 법적·윤리적 쟁점이 적은 순서로 상황을 구분한 뒤 각각의 단계에 따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며 "이번 지침에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담으려다가는 좌초할 위험도 있다. 사회적인 논의가 성숙한 후에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연명치료중지 의사결정과정에 가족들의 경제적 지출을 포함한 생활에서 입을 희생을 고려할 수 있다는 표현은 윤리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숙영 보건복지가족부 생명윤리안전과장은 "경제적 지출과 관련한 내용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배치된다"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윤성 위원장은 PVS와 관련, "이미 대법원이 세브란스병원 사건에서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다"며 "3개월 이상 관찰해 지속적 식물상태로 진단한 후 3개월 이상이 지난 경우라야 연명치료 중지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 식물상태인 환자에게 연명치료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고 해서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수분 공급·체온 유지·배변·진통제 투여·욕창 예방 등 일반적인 연명치료를 중지하는 것은 아니다"며 "고통스런 죽음을 인위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적용·혈액 투석·장기이식·항암제 및 고단위 항생제 투여 등 특수 연명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백경희 변호사(법무법인 해울)는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의 진실성 담보를 위한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본인의 의사 확인이나 추정적 의사 등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법률적으로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대안으로 공증제도를 통해 문서의 진정성을 보강하고, 객관적인 대리인으로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만호 의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은 환자의 죽음을 집행하자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존엄을 지키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찾아주자는 것"이라며 "누가나 품위 있게, 편안하게 삶을 마감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연명치료중지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막기 위해 시급히 의료계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절실해졌다"며 "연명치료중지TF를 통해 합일점을 찾은 원칙을 바탕으로 법제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미나를 공동주최한 김평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존엄하게 삶을 마칠 권리는 인류의 보편적 권리인 인권"이라며 "인권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장하고 실현할 것인가는 법조인들과 의료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커다란 숙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회적 역할에 대한 비중이 큰 두 전문직 단체의 교류가 다시 재개돼 마음 든든하다"며 "법조계와 의료계가 존엄사 문제를 공식으로 논의하게 된 것은 두 전문직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의·변협 공동세미나에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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